특히 주목할 점은 일반 국방조달은 FAR, DFRS가 적용되지만 신기술, 시제품 (prototype) 개발과 실증을 더 유연하게 계약할 수 있도록 OTA (Other Transaction Authority)라는 특별한 거래권한을 연방법은 국방부에게 인정하고 (10 U.S.C. § 4021-4022) 있는 점입니다.
반면, EU의 경우는 일반 정부조달은 Directive 2014/24/EU에 따르지만 군사장비·민감 장비·국방/안보 서비스 조달은 Directive 2009/81/EC가 적용되는 병렬적 규제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EU의 구조적 특성상 민감한 군사안보적 이익 (essential interests of its security)을 보호하기 위해 Directive 2009/81/EC조차 적용되지 않고 국가가 자체 조달절차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 (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 제346조)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법 체계상으로는 3개의 집, 즉 일반조달·국방안보조달·TFEU 제346조 예외가 병존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우리의 정부조달 체계는 국방조달을 정부조달 법체계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방조달은 국가계약법을 기본법으로 적용하되, 방위사업법 등이 국방조달에 필요한 특례를 두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국가계약법 제3조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가계약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고 방위사업법 제46조 제2항은 그러한 특별법 우선 적용 아래에서 방위사업법상의 방위사업계약이 존재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국방조달에서도 국가계약법을 기본법으로 하되, 특별히 방위사업계약에 대해서는 방위사업법이 특별법으로 우선 적용되는 구조입니다.
3. 국방조달의 계약제도
정부 부처의 경우 국가계약법이 적용된다고 해서 반드시 나라장터를 통한 조달청 중앙조달을 하게끔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일반 조달에 대한 기본법인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조달청에 계약체결을 요청하도록 하지만, 제1항 단서는 “국방 또는 국가기밀의 보호” 등의 이유로 조달청 계약요청이 부적절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고, 동 시행령도 “국방과 관련되어 있거나 국가기관의 행위를 비밀리에 해야 하는 경우”를 명시합니다. 따라서 AI 서비스도 비밀성이 낮은 국방 행정 AI는 조달청을 이용하겠지만, 군사정보·민감정보를 처리하는 AI인 경우에는 국방기관의 직접계약·자체 조달 절차가 가능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계약제도의 주관부처”와 “조달의 집행기관”은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조달청과 방위사업청이 각각 일반 정부조달과 국방조달의 집행기관으로 존재하지만 계약제도의 주관 부처는 더 복잡한 구조입니다. 일반 정부조달의 계약제도를 총괄하는 것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재정경제부이고
조달청은 중앙집행기관으로 역할분담이 분명하지만 특히 국방조달의 경우에는 방위사업법에 따른 계약제도의 총괄 자체는 국방부가, 방위사업계약 특례는 방위사업청이 담당하도록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방위사업법상 계약특례를 바꾸어 국방 AI에 대한 새로운 계약방식을 도입하려는 경우에는 방위사업청이 담당 제도설계 기관이 되지만 국방부가 사용하는 일반 정보화 AI 서비스를 국가계약법상 용역계약으로 조달하는 방식을 바꾸려면 재정경제부의 국가계약제도, 국방부의 국방정보화제도, 조달청의 일반 조달제도까지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게 됩니다.
Ⅱ. 우리의 국방조달
1. 연혁적 특수성
민간기업으로부터의 일반 공공 조달은 1990년대 WTO 정부조달협정 가입과 국가계약법 체계 정비를 거치며 개방·경쟁·투명이라는 국제 규범에 맞춰 재편되었고, 2000년대에는 나라장터 전자조달로 절차를 기술적으로 간소화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규제 완화와 경쟁 확대 기조를 계속 유지했습니다.
반면, 우리의 국방조달은 군납비리와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2006년 1월 1일에 조달청과는 전혀 별개의 방위사업청을 만들었고 결국 국방획득을 하나의 완결된 조달세계로 독립시킴으로써 일반 공공조달과의 접점은 줄였습니다. 같은 해 1월 2일부터 시행된 방위사업법은 자주국방의 기반 마련을 위한 방위산업의 육성을 표방하면서 방위사업계약이 단순 물자의 조달구매행정과는 성격이 다름을 분명히 한 독립된 틀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연혁상 차별성이 확연히 나타나는 대표적 제도가 '국방 혁신제품'의 중복지정을 금지하거나 조달관계자에 대한 제한적 면책규정 등입니다. 구체적으로 일반 공공조달에서는 혁신시제품 시범사용 단계에서 성공판정을 받으면 우수조달물품 심사 시 특례가 부여되고, 합격을 결정하는 방식이 완화됩니다. 혁신제품 → 우수조달물품 → 안정적 조달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형성되지만 국방조달은 이런 연결고리를 거의 끊었을 뿐 아니라, 조달청 혁신제품 지정 이력이 있으면 중복지정 금지에 해당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4항이 "그 제품의 구매로 생긴 손실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하여 재산상 손실에 대한 변상책임만을 면제할 뿐이고 감사원 감사징계, 형사책임까지 포괄하는 일반적 면책으로 보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연결고리가 약하게는 존재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시장을 협력 내지 보안이 아니라 부정부패 방지를 위해 차단하게끔 처음부터 기획된 제도설계의 흔적들입니다. 이런 점들이 현재의 AI글로벌 경쟁력 싸움에서 당연히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AI스타트업이 민간시장과 공공시장에서 레퍼런스를 쌓고 그 신뢰를 자산으로 국방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AI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우리나라 국방조달시장만을 타깃으로 창업하더라도 그 시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기존 방산 공급망 내부 사업자가 더 높을 수밖에 없고 특히 군사보안이라는 장벽 때문에 AI학습데이터 접근이 신규 사업자에게 사실상 배제되는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미국 팔란티어 사례에서 우리가 빨리 배우고 보완하여야 하는 것은 그런 AI 혁신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국방 데이터·조달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2. 제도의 본질적 특성
일반 공공조달에서의 혁신제품에 대한 설계 철학은 정부가 첫 구매자 (first customer)가 되어 상용화 직전 단계 (TRL 7 이상)의 기술에 대한 위험을 분담하는 것입니다. 조달청 혁신제품은 지정기업의 기본계획서 제출 → 수요조사 공고 및 기관의 시범사용 신청 → 기관·기업 매칭 및 계약 → 테스트 진행 후 완료보고서 제출 → 성공판정 → 우수조달물품 심사 특례 부여의 경로를 밟으며, 혁신시제품은 조달청이 공고한 지정분야의 상용화 직전 제품 서비스중 혁신성 평가를 거쳐 지정됩니다. 즉 지정이 실증의 입구입니다.
반면, 국방조달은 정반대입니다. 즉 지정 대상 모두 이미 완료된 사업의 산출물입니다. 지정이 실증의 출구에 해당되기 때문에 일반 공공조달과 반대로 기업이 자기 비용으로 시범사용 단계를 통과해야 지정 자격이 생기고 국가는 이미 검증을 마친 것에 수의계약과 같은 계약방식을 얹어주게 됩니다.
결국 국방혁신제품은 일반 혁신제품과 달리 혁신을 유인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국방조달의 특성상 완제품의 판로를 보상해 주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소요제품, 서비스를 확정하기 위해 제도상으로는 공급자제안형과 수요자제안형을 병렬로 둘 수 있지만 특히 AI 혁신제품은 수요자인 국방부가 혁신수요를 제기하게 하고 그에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탐색하는 단순한 방식만으로는 이미 알려진 것만 조달하게 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위험도 있습니다.
3. AI 국방조달의 특수성
국방조달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방위사업법은 제3조에서 국방조달계약을 “군수품 획득에 관한 계약”으로 정의하고, 군수품은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로 나눕니다. 그 국방조달계약 중 무기체계 양산 및 필수 전력화지원요소, 방산물자 등 일정 범주를 '방위사업계약'으로 다시 정의합니다.
즉 국방조달계약은 일반 군수품 조달, 전력지원체계 조달, 무기체계 관련 조달을 포괄하지만 그중 일정 범위를 방위사업계약으로 별도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AI 제품·서비스도 용도와 계약 내용에 따라 해석상 서로 다른 영역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군수품 획득” 계약인 국방조달계약은 국방부·각군이 획득하는 “물품”으로 대상이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군 행정업무용 AI 소프트웨어와 같은 전통적인 AI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나 군수·재고·급식·인사지원 AI 와 같이 전력지원체계에 포함된 AI 시스템은 그러한 '군수품'으로 포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SaaS형 생성형 AI, 클라우드 AI 추론 서비스, 데이터 분석 서비스 등과 같이 제품의 1회성 획득보다는 계속적인 서비스 이용이 본질인 계약은 기존의 '군수품' 기반의 국방조달계약 개념으로 포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이런 모호한 영역은 현행 법상 결국 '국방정보화 기반조성 및 국방정보자원관리에 관한 법률' (약칭 '국방정보화법')상의 국방정보화사업으로 분류되고. 민간기업과의 계약은 '국방정보화업무 훈령'에 따라 처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AI가 표적식별, 자율무인체계 등 무기체계 자체 또는 무기체계에 포함되는 소프트웨어라면 방위사업법상 무기체계로 분류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방위력개선사업 → 연구개발 또는 구매 → 시험평가 → 전력화 경로로 들어가게 됩니다.
결국 현행 법상 AI가 무기체계인가, 전력지원체계인가, 아니면 일반 정보화서비스인가에 대한 분류가 조달법제를 결정하는 분기점인 셈입니다.
Ⅲ. 팔란티어 사례와 방위사업법
1. 팔란티어 (Palantir)와 소송
법체계 외형상으로는 우리와 비슷한 구조라고 할 수 있지만 미국처럼 FAR을 기본으로 DFARS를 얹은 수직적 법 조달 체계의 이점은 특히 AI혁신제품, 서비스와 같은 경우에는 이미 FAR이 민간시장에서 존재하는 상용기술을 정부가 구매할 수 있는 우회경로 (FAR Part 12, Acquisition of Commercial Products and Commercial Services)가 실무적으로 마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팔란티어라는 회사는 2000년대 중반 미 CIA의 벤처투자기관 In-Q-Tel의 투자를 받아 정보기관용 기술을 고도화했고, 이후 민간시장으로 진출했습니다.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시기인 2015년에 미 육군이 정보체계 조달사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시키려 하자 팔란티어는 미국 연방법률과 그 시행규정인 FAR 위반을 주장했고 조달사건에 대한 전속관할권을 가진 연방청구법원 (US Court of Federal Claims)은 2016년 10월에 팔란티어의 손을 들어주면서 (Palantir USG, Inc. v. United States, No. 16-784C, 129 Fed. Cl. 218 (2016)) 육군이 해당 조달공고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영구적으로 금지하였고, 이 판단은 2018년 연방항소법원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904 F.3d 980 (Fed. Cir. 2018), No. 17-1465, 2018. 9. 13. 선고). 이는 곧 현재의 팔란티어로 회사가 급성장하는 계기가 됩니다.
2. 핵심 조달법 규정
2016년 연방청구법원의 판단 및 이를 유지한 2018년의 연방항소법원의 판단은 연방규정인 FAR에 따른 상용품 우선원칙(commercial item preference)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연방법률인 10 U.S.C. § 2377 (이 조문은 1994년 연방조달간소화법(FASA, Pub. L. No. 103-355 § 8104)으로 신설되었고 2021년 Title 10 재편에 따라 현재는 § 3453)에 따른 구체적 의무규정들을 판단한 것입니다.
즉 '정부가 자체 개발(developmental acquisition)에 들어가기 전에 민간 상용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조사하고, 필요하면 정부 요구사항 자체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법적 판단'이 핵심이고 국방조달절차에서 사법심사가 가능한 구체적 의무를 확인시킨 판결이기 때문에 이후 상용 소프트웨어·AI 솔루션의 국방조달 진입 논거로 반복 인용되게 됩니다.
FAR 12.101은 기관장이 ① 상용품·상용역무·비개발품이 기관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시장조사를 수행하고, ② 가용한 경우 이를 조달하며, ③ 원계약자·하도급자로 하여금 실행가능한 최대한도로 이를 구성품으로 사용하도록 요구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안에서 미국 육군은 시장 조사 자체는 실시하였기 때문에 정책적 사항을 담아 포괄적으로 규정된 FAR만으로는 위법을 다투기에 충분하지 않았고 따라서 구체적 법적 의무를 상세히 규정한 10 U.S.C. § 2377 (c)를 근거로 팔란티어는 절차의 위법을 주장합니다. 즉 § 2377(c))(1)은 입찰공고 전 상용품 가용성에 관한 시장조사 수행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c)(2)는 더 나아가 시장조사 결과를 사용하여 ⓐ 상용품이 요구사항을 충족하는지, ⓑ 수정하면 충족할 수 있는지, ⓒ 요구사항을 합리적 범위에서 조정하면 충족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핵심 쟁점은 육군이 시장조사 자체는 수행하였으나 그 결과를 § 2377(c)(2)가 요구하는 세 가지 판단에 실제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었고, 법원은 이를 자의적·전단적(arbitrary and capricious) 조치로 보아 금지명령을 발령하게 됩니다. 팔란티어 사례는 국방 AI 조달에서 “군이 요구사양을 먼저 정하고 개발시키는 일방향적 방식”을 고집하는 전통적 틀과 이미 민간에 존재하는 AI 상용기술을 먼저 탐색·실증하고 사용하게 하는 보충적 틀 사이의 차이를 실증적으로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방위사업법의 공백
현 방위사업법이 "군에 의한 소요 먼저 확정, 완제품 나중 조달"이라는 일방적 구조만을 상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방위사업법 제15조의2는 민간의 성숙된 기술을 적용한 무기체계의 신속한 전력화가 필요한 경우에는 합동참모의장이 '신속소요'를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민간 기술을 전제로 하는 국방소요 확정이 가능하게 끔 여지는 만들었습니다. 더욱이 '소요 미결정 상태의 무기체계에 대해 시범사업'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제17조의 2)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 팔란티어 성공 사례와 비교할 때 우리의 경우 민간 기업이 그러한 '신속소요'를 제안하는 쌍방향적 방식은 허용되지 않고 여전히 군 주도의 절차 개시만 이뤄지고 있고, 시범사업까지 진행했더라도 소요결정으로 전환하고 후속획득이 자동, 의무적으로 연결되는 확실한 고리가 없다는 점입니다. 역설적으로 기업입장에서는 시범사업까지 잘 마쳤지만 조달시장 진입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시범사업에 대해 '사전개념연구'를 진행 (제15조의 2)할 경우 방위사업법 시행령은 연구의 대상에 '대안분석'을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시행령 제22조의 3) 운영에 따라서는 팔란티어 사례처럼 민수 시장에서 이미 상용화된 기술, 제품에 대한 검토가 포함될 수 있지만 '반드시' '우선검토'가 보장되지는 않고 당연히 '이의절차'도 없는 제도적 공백입니다. 적어도 방위사업법 제17조의2를 미국의 10 U.S.C. §4022(f) 규정처럼 보완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10 U.S.C. §4022(f)는 경쟁적 절차를 거쳐 prototype 사업자를 선정하고 해당 prototype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경우 그 참여자와 후속 생산계약을 '추가 경쟁 없이' 체결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우리 역시 이러한 ‘경쟁적 실증 → 성공 판정 → 후속획득’의 연결구조를 보다 명확하게 방위사업법에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4. AI 전용경로의 미비
현 방위사업법 체계에는 SW는 물론이고 AI 전용 획득경로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참고로 미국은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제800조의 위임에 따라 DoDI 5000.87(2020. 10. 2.)로 소프트웨어 획득경로(Software Acquisition Pathway)를 별도로 두고, 주요국방획득사업(MDAP) 규율과 합동소요검증체계(JCIDS) 적용을 면제하고 있으며, 2025년 3월 국방장관 각서를 통해 이를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의 우선 경로로 지정하였습니다.
우리는 방위사업법 제17조의 2에 따른 '신속시범사업'이 기능적으로는 유사하게 작동할 수 있지만 소요결정 절차 면제라는 효과가 보장되지 않을 뿐 아니라 담당자의 면책 규정도 대단히 미흡하기 때문에 팔란티어와 같은 AI스타트업의 성공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적 보완이 꼭 필요합니다. AI기술의 특성상 근본적으로는 SW는 물론이고 특히 AI에는 무기시제품을 만들어서 검증, 양산한다는 전통 방산의 조달경로가 맞지 않는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AI 모델은 특히 납품 이후 1회성 검수만으로 끝날 수 없는 계속되는 데이터학습과 모델 수정, 변경을 기본 특성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조달절차의 특수성 고려가 검증 완화로만 끝나서는 안됩니다.
Ⅳ. 보완의 제언
국방조달과 일반 공공조달의 차별성은 유지하더라도 적어도 'K-팔란티어'라는 특수 플랫폼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국방혁신제품 지정이라는 문을 하나 열었지만 민수 공공조달을 통한 우회경로는 차단하였고 상용품 우선구매 법적 의무와 불이행시 입찰전 단계에서 다툴 수 있는 쟁송절차도 없는' 우리의 닫힌 구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AI 3대 강국에 걸맞은 AI 국방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민수와 공공조달, 국방조달의 연결 통로를 제도화하여 AI 스타트업들이 국방조달이라는 신규 시장에 경쟁적으로 유입되게 하여야 합니다. 법적으로 경쟁력 있는 AI 제품·서비스의 획득을 위해서는 방위사업법상 단순히 신속시범사업의 범위를 확대, 보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첫째, 팔란티어 성공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우리도 우선 소요 및 획득방식을 결정하기 전에 민간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상용 AI 국방기술의 이용가능성을 조사하고, 해당 기술이 군의 요구를 충족하는지, 수정·보완을 통해 충족할 수 있는지, 또는 군의 요구사항을 합리적으로 조정함으로써 활용할 수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검토하도록 군에 법적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그 결과 즉시 도입하기에는 추가적인 군 운용환경에서의 검증이 필요한 기술에 대해서는 방위사업법 제17조의2에 따른 신속시범사업으로 연결하게 하고, 경쟁적 절차를 거쳐 선정된 사업자가 사전에 정한 성능·안전·보안·작전운용 기준을 충족하여 성공판정을 받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후속 구매·확대계약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AI 전용 획득경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위 '한국판 OTA 수권조항'을 만드는 것인데 방위사업법이 국가계약법의 특별법이기 때문에 방위사업법 관련 조문만 손질하면 됩니다.
셋째 이러한 상용기술 검토의무나 후속획득 절차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사업자가 계약 체결 전에 이를 다툴 수 있는 권리구제절차와 AI의 지속적 업데이트·재검증·보안승인 체계도 함께 보완되어야 합니다.
넷째, '국방정보화법'상의 '국방정보시스템'이 군별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보안등급별 접근통제까지 갖추었더라도 군 데이터에 대한 이용 sandbox 특례를 만들어서 민간의 AI 스타트업도 이용할 수 있게끔 개방하여야 합니다. 군 데이터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 보안 틀속에 민간 기업의 알고리즘이 들어와서 자유로운 개발과 실험을 할 수 있는 개방체제로의 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