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테이블코인 고객확인 규칙안
: 발행자는 누구까지 확인해야 하나
Ⅰ. 배경
미국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와 통화감독청(OCC),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전국신용조합감독청(NCUA)은 2026년 6월 허가된 지급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자(Permitted Payment Stablecoin Issuer, 이하 “PPSI”)에게 적용될 고객확인프로그램(Customer Identification Program, 이하 “CIP”) 공동 규칙안을 발표하였습니다. GENIUS Act가 PPSI를 Bank Secrecy Act상 금융기관으로 취급하고 효과적인 CIP를 운영하도록 한 데 따른 후속 조치입니다. 의견수렴은 8월 21일 종료되었으며, 현재 최종 규칙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규칙안이 요구하는 정보 수집과 신원확인 절차는 기존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CIP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고객의 성명, 생년월일 또는 법인 설립일, 주소, 식별번호 등을 수집하고 문서 또는 비문서 방식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구조입니다.
스테이블코인에서는 그보다 앞선 문제가 있습니다. 발행된 토큰은 거래소와 수탁지갑, 개인지갑 등을 거쳐 발행자의 직접적인 관여 없이 이전될 수 있습니다. 규칙안은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는 것과 발행자의 고객이 되는 것을 구분하고, 발행·유통·상환 과정에서 어느 시점부터 고객관계가 형성되는지를 별도로 다루고 있습니다.
Ⅱ. 규칙안이 제시한 고객확인의 범위
1.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한다고 해서 발행자의 고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규칙안은 PPSI의 ‘계좌(account)’를 금융서비스, 거래 또는 그 밖의 금융거래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과 PPSI 사이에 형성된 공식적인 관계(formal relationship)로 정의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상환, 관련 준비자산의 관리, 스테이블코인·준비자산·개인키의 수탁 및 디지털자산 서비스 등이 이러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활동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히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것만으로는 계좌관계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규칙안은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발행시장(primary market)과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으로 구분합니다. PPSI가 이용자와 직접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상환·전환·재매입 등을 수행하거나 수탁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이 발행시장입니다.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하거나 개인지갑 사이에서 이전하는 거래, 다른 디지털자산으로 교환하는 거래 등은 발행자가 직접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유통시장 활동에 해당합니다.
유통시장에서는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고객확인을 하더라도 그 정보가 발행자에게 공유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온체인 거래자의 신원도 익명 또는 가명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규칙안은 이러한 시장구조를 전제로 PPSI와 직접 거래하는 발행시장 이용자를 중심으로 CIP상 고객정보 수집 범위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2. 직접 상환은 발행자와의 고객관계를 새로 만들 수 있습니다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의 경계는 직접 상환(direct redemption)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취득한 사람이 토큰을 개인지갑에 보유하는 동안에는 발행자와 직접적인 거래관계가 없을 수 있습니다. 이후 해당 보유자가 발행자에게 직접 상환을 요청하면 새로운 계좌관계가 형성되고 PPSI의 고객이 될 수 있습니다. 관계기관들은 이러한 상황을 규칙에서 보다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는지 별도로 의견을 요청하였습니다.
실제 사업에서는 고객관계의 형성시점과 CIP 완료시점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직접 상환 전에 고객등록과 신원확인을 마치도록 할 것인지, 상환신청 후 확인절차를 진행할 것인지, 확인이 끝나지 않은 거래를 보류하거나 거절할 것인지 등이 내부절차와 시스템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3. 다른 금융기관의 고객확인 절차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규칙안은 일정한 요건 아래 PPSI가 다른 금융기관이 수행한 CIP 절차에 의존(reliance)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른 금융기관의 CIP를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어야 하고, 상대 금융기관은 AML/CFT 프로그램 및 CIP 의무를 부담하면서 연방 기능별 감독기관(Federal functional regulator)의 감독을 받아야 합니다. 상대 금융기관이 AML/CFT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PPSI의 CIP상 정해진 절차를 수행한다는 사실을 매년 확인하도록 하는 계약도 필요합니다. 다른 금융기관의 절차를 이용하더라도 PPSI의 CIP 준수책임은 그대로 남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에 관한 업무규정」상 ‘제3자를 통한 고객확인’ 제도가 있습니다. 제3자가 이미 수행한 고객확인을 활용할 수 있고 최종적인 고객확인 책임은 금융회사등에 남는다는 점은 미국 제도와 유사합니다. 다만 정보·자료의 제공, 제3자에 대한 규제·감독 여부 등 구체적인 적용요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제도가 마련될 경우에도 은행이나 거래소가 이미 수행한 고객확인을 발행자가 어떤 요건 아래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가 실무적인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4. 모든 지갑주소를 일률적인 고객확인정보로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관계기관들은 법인 고객의 기본 고객정보에 더하여 해당 법인과 관련된 모든 블록체인 지갑주소, 설립·세무 관련 자료, 금융계좌번호 등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였습니다. 규칙안에는 이러한 정보를 필수적인 CIP 수집항목으로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발행자는 고객과 거래의 특성을 고려하여 추가정보의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지갑주소가 기본 CIP 정보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고객과 거래의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위험에 대한 평가책임은 유지됩니다.
실제 운영에서는 복수의 지갑을 사용하는 고객의 지갑정보를 어느 범위까지 확보할 것인지, 미등록 지갑에서 상환이 요청될 경우 추가 확인을 할 것인지, 고객확인정보와 블록체인 분석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연계할 것인지 등을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Ⅲ. 의견수렴에서 드러난 쟁점
의견수렴 과정에서는 PPSI에 고객확인의무를 부과할 것인지보다 그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가 주로 논의되었습니다. 금융업계와 디지털자산 업계의 주요 의견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